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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 미터 14좌 단 3개월 1일 만에 완등한 크리스틴 하릴라에 쏟아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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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교류위원회 작성 57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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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경. 사진 재커리 그로센.


노르웨이의 크리스틴 하릴라(37세)가 K2를 끝으로 올해의 프로젝트였던 8천 미터 14좌를 단 3개월 1일 만에 모두 올랐다. 그런데 마지막이었던 K2 등반 당시 사고로 부상을 당해 죽어가는 등반가를 ‘기록 수립을 위해 못 본체 돕지 않고 지나쳤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하릴라만이 아니라 같은 날 등반했던 다른 등반가 수십 명도 그를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시즌 K2의 날씨는 매우 지독했다. 정상 등반이 가능할 만큼 날씨가 좋았던 날은 7월 27일 단 하루였다. 그 전날 저녁 마지막 캠프를 출발한 등반가들은, 선두에서 고정로프를 직접 설치하며 올라야 했기에 더딘 속도로 일렬로 올랐다. K2의 해발 8,200m 부근은 보틀넥(병목 지역)이라 불리는 곳으로, 약 400m에 걸쳐 50~60도 경사의 빙벽으로 형성된 위험한 구간이다. 과거에 눈사태나 추락 등으로 수많은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행이 이곳을 오르던 도중 새벽 2시 15~25분경에 사건이 발생했다. 제일 앞에서 두 번째로 가던 인물이 로프에 매달린 채 수 미터 추락했다. 파키스탄인 고소짐꾼 무함마드 하산(27세)이었다. 러시아계 원정대행사인 <세븐서밋클럽>에서 고용한 인물로, 각 원정대에서 3명씩 차출해 정상부 로프설치팀을 보조하는 인력으로 동원된 것이었다. 하산은 5미터 아래 매달려 추락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듯하고, 산소마스크도 부서졌다. 


오스트리아 방송사 <세르부스TV>에서 다큐멘터리 촬영 차 K2를 올랐던 필립 플래믹은 드론 촬영을 위해 보틀넥 하단부에 있었다. 새벽 5시를 전후해 약 1시간가량 드론으로 등반 장면을 촬영했다. 내려와 영상을 확인해보니, 하산은 다리를 스스로 움직이는 등 생존해 있는 것 같은 장면이 있었다. 사고가 난 뒤 두 시간 이상 지난 뒤였다. 즉 하산은 아직 살아있었는데도 구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등반가들은 그를 지나쳐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같은 촬영팀의 빌헬름 슈타인들은 “50명 이상의 등반가들이 아직 살아있는 그를 지나쳤고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하산의 아내, 세 아들과 모친 등 유족을 찾아가 면담한 뒤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로 모금을 진행해, 목표 금액 13만 유로(1억9천만 원)를 5일 만에 모금했다.


한편 하릴라는 며칠 뒤 장문의 반박문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뒤에서 따르던 다른 팀에 소속된 하릴라를 포함해 다른 동료들이 한 시간 이상을 노력해 가까스로 그를 끌어올렸다. 특히 하릴라 팀의 다큐멘터리 촬영대원인 가브리엘 타르소는 자신의 산소마스크를 공유하고 식수를 나누어주면서 두 시간 이상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등반가들이 이들을 지나쳐 정상으로 향했다. 하릴라와 다른 일행도 다시 정상으로 전진해 오전 11시 정상에 섰다. 가브리엘도 산소가 떨어짐에 따라 산소통을 구하고자 정상팀으로 합류했다. 무엇보다 사고가 난 지점은 협소하고 가파른 빙벽 위였으며, 모두 극심한 피로 속에 있는 고소였다. 아래에 여러 등반가들이 줄을 서서 하나의 로프에 매달려 있었다. 구조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곳이며 죽음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는 것이 요지다.


하릴라를 포함해 여러 등반가들이 구조를 위해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가 도마에 올랐다. <푸르텐바하 어드벤처>의 루카스 푸르텐바하는 이런 상황이라면 “모두가 정상 등반을 중지하는 게 맞다. 산소장비든 정상이든 다 포기하고 돕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즉 하산에게 산소마스크를 새로 씌우고 하산시키려는 노력을 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산의 고용주였던 <세븐서밋클럽>에서 적절하게 관리와 보호를 했는지도 비판 대상이 됐다. 하산은 이전까지 평지 짐꾼으로만 일했을 뿐 이런 수준의 고산등반 경험이 없었다고 한다. 등반 기술이나 장비 수준, 복장도 충분치 못했다. 중간에 되돌아가라는 권유가 있었는데 이를 무시했다고도 했다.


이 소식은 세계 주요 언론이 전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데일리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유명 원로 산악인 스티븐 베너블즈는 “8천 미터 산에서 등반은 끝났다. 자기만의 영광을 찾으러 오르는 사람을 돕는 겉만 번지르르한 카르텔이 독점하는 시대다. 이건 등반과는 아무 관련도 없다.”고 했다. 베너블즈는 올해 국내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산악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돼 10월 방한한다. 국제산악연맹의 등반위원장 그렉 모슬리(남아프리카공화국)도 “8천 미터 봉우리를 오르는 사람은 모험 관광객으로, 등반의 역사와 윤리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일갈했다. 반면 영국에서 8천 미터 14좌를 모두 시도했던 앨런 힝크스는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것 같다. 그런 곳에서 부상으로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라면 생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들것에 사람을 실어 내리려면 최소 8명이 있어야 하고 다른 8명이 교대해 줘야 하지 않나.” 힝크스는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짐꾼을 그런 곳에 올린 대행사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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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공개한 사고 당시 보틀넥 구간 전경. 동그라미 친 부분이 하산이 위치한 지점이다. 사진 필립 플래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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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새벽, K2 4캠프에서 촬영된 보틀넥 구간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헤드랜턴 행렬. 사진 빌헬름 슈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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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등정 뒤 네팔로 돌아와 공항에서 환영을 받고 있는 크리스틴 하릴라(좌)와, 하릴라와 14좌 여정을 동행한 텐진 라마(우). 사진 니란잔 시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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