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봉우리 고도 측정 새로 한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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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너’ 봉우리 바꿔놓는 지각변동
크리스톤 정상에 측정 기구를 세워 놓고 있다. 사진 엘라이자 고든.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해발 1만4,000피트 이상의 산을 포티너(fourteener)라고 부르면서 이 산 전부를 오르는 관행이 등산인들 사이에 오래 유행해왔다. 포티너 봉우리는 ‘무엇을 산이라고 규정하는지’ 기준에 따라 53개에서 58개다. 그런데 최근 그중 한 봉우리의 높이를 재측정하면서 그 봉우리는 포티너 기준에 탈락하고 대신 그 옆의 다른 봉우리가 포티너에 포함되는 일이 있었다.
크리스톤 정상에 세워 놓은 측정 기구. 정확한 정점에 GPS 수신 장치를 설치하고, 이를 삼발이로 고정해 놓았다. 사진 에릭 길버트슨.
측정에 나선 인물은 에릭 길버트슨이라는 기계공학 강의교수인데, 포티너를 모두 완등했고 에베레스트와 K2에 각각 무산소 등정도 시도했던 산악인이기도 하다. 길버트슨은 미국 지방 행정부가 2020년에 출간한 보고서에서 레이저로 해발고도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기술을 써서 측정된 산봉우리 고도 중에, 크리스톤(14,299ft, 4,358m)이라는 봉우리 바로 옆에 이스트 크리스톤이라는 봉우리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의구심을 가졌다.
크리스톤은 포티너 중에서도 오르기 까다로운 산에 속한다. 새벽에 정상을 오르고 있는 길버트슨 일행들. 사진 에릭 길버트슨.
두 봉우리 사이의 꺼진 부분은 고작 50피트(15m)밖에 되지 않아 두 봉우리가 각각 독립봉으로 인정되진 않는다. 라이다는 1~2피트 정도 오차가 있다면서, 길버트슨은 크리스톤과 이스트 크리스톤의 정확한 해발고도를 측정하기로 결심했다.
크리스톤과 이스트 크리스톤 쌍봉 전경. 애덤 클롭.
가장 큰 난관은 크리스톤이 오르기 까다로운 산이라는 점이었다. 로버트슨은 동료 2명과 함께 육중한 측량 장비를 짊어지고 새벽 1시경 출발해 일출 즈음 정상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런 뒤 정상에 장비를 설치하고 정확한 위치와 해발고도를 측정하기 위해 2시간 이상 머물렀다. 근처에 있던 이스트 크리스톤의 정상에도 측량 장비를 설치했다. 두 봉우리 정상의 높이를 동시에 측량함으로써 기압 변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왜곡으로 인한 편차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조사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스트 크리스톤이 3.6인치(9.14cm)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크리스톤이 아니라 이스트 크리스톤이 주봉이 되는 셈이다. 그러면, 포티너 중의 한 봉우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봉우리가 등극하게 된다. 그런데, 길버트슨의 조사치가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바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길버트슨은 이 내용을 자신이 유사하게 조사한 다른 170개 산의 조사치에 더해서 라이다 조사값의 정확성에 관한 학술논문으로 출간할 예정이라면서, 그렇게 함으로써 이 결과가 공적인 값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길버트슨은 2024년에 레이니어산 정상에서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거친 결과, 종전의 4,392m를 기록했던 설봉 컬럼비아 크레스트가 기후변화로 4,386m까지 녹아내려서, 인근의 4,389m 암봉이 새로운 최고 정상으로 변경되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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