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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에게 산에서 버려진 여성들이 말하는 ‘알프스식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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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에게 산에서 버려진 여성들이 말하는 ‘알프스식 이혼’ 


글/ 김혜경 대한산악연맹 국제교류위원, 이탈리아 산악연맹(CAI Brescia) 회원


산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조차 점점 더 산을 찾는 계절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한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 사회에서는 덜 극단적이지만 의외로 널리 공감받는 연인 간 산행 경험담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이탈리아 매체 『일 포스토(Il Post)』의 기사를 번역한 것으로,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산행 중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신호를 미리 인지하고, 비슷한 상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틱톡에는 한 여성이 자신 앞의 돌투성이 산길을 비추며 흐느끼는 영상이 있습니다. 그녀는 그날이 인생에서 최악의 토요일이었다고 말합니다. 함께 하이킹을 하러 나온 남성이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가버렸고, 그녀가 겪는 어려움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혼자 남겨두었으며, 결국 코스 끝에서야 다시 만났다는 내용입니다. 몇 주 만에 이 영상은 2,600만 회 조회 수를 기록했고, 비전문 산악인 두 명이 관련된 한 사건에 대한 관심과 맞물리며 비슷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랐습니다. 산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까지 점점 더 산을 찾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와 포럼에서는 이런 사건들을 ‘알프스식 이혼’(영어로 Alpine divorce)이라는 표현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산악 지대, 외딴 곳, 고립된 장소에서 누군가를 의도적이든 아니든 버려두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스스로 상황을 해결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주로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며, 대개 더 경험 많은 남성 동행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그 안에 학대적인 행동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한 댓글 작성자는 이를 일종의 #MeToo 운동에 비유했고, 또 다른 이는 소셜미디어에서 누군가와 갑자기 연락을 끊는 ‘고스팅’과 비슷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 이 현상의 실제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증언들을 보면 이런 경험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산을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산은 함께 나누는 평온한 활동입니다. 그러나 트레킹이나 등산 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쟁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접근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특히 산에 대한 열정 차이가 큰 커플들 사이에서는 해로운 젠더 역학, 즉 누가 주도권을 쥐고 누가 위축되거나 무시당하는지 같은 관계와 지배 태도가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등반 전문지 Climbing의 편집장 마야 실버에 따르면, ‘알프스식 이혼’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는 매우 드물고 거의 소설 같은 경우로, 누군가가 여자 파트너를 산으로 데려가 고의로 ‘사고사’를 유도하는 경우입니다. 이 용어는 1893년 작가 로버트 바의 단편에서 유래했습니다. 둘째는 훨씬 더 흔하고 덜 극단적이지만 여전히 위험한 경우로, 함께 있는 다른 사람, 주로 남편이나 연인의 부주의, 무지, 실수로 인해 한 사람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36세 오스트리아인 토마스 플람베르거 사례가 있습니다. 그는 오스트리아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 등반 중 여자친구 케르스틴 구르트너를 죽게 내버려 둔 혐의로 지난 2월 과실치사 가중 혐의로 9,600유로 벌금과 5개월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25년 1월 19일 새벽, 구르트너는 정상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동반자는 도움을 구하러 간다며 그녀를 그 자리에 남겨두었습니다. 검찰은 플람베르거가 산행을 계획했고, 그녀보다 훨씬 경험이 많았다는 점에서 여자친구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산행이 두 사람이 함께 계획한 것이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계속 가기로 한 판단을 포함해 모든 선택을 함께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플람베르거는 판사들이 중대한 과실로 본 몇몇 행동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구르트너가 이미 매우 지쳐 있었고, 기상 조건 때문에 구조가 어려워진 새벽 0시 35분에야 구조 요청을 했습니다. 이후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설정했고, 산악구조대와 다시 연락한 것은 새벽 3시 30분이었습니다. 구르트너를 구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그녀는 보온 담요도 몸에 두르지 못했고, 다른 보호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숨졌습니다. 판사들은 플람베르거가 그녀를 안전한 자세로 두기 위해 신경 쓰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녀는 배낭을 멘 채 하네스에 매달린 상태로 발견됐고, 아이젠은 느슨했으며 등산화도 반쯤 풀려 있었습니다.


재판에서는 플람베르거의 전 여자친구도 증언했습니다. 그녀 역시 몇 년 전 비슷한 상황에서 그에게 뒤처진 채 버려졌다고 주장했으나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양측 모두 항소했으며, 그는 무죄를 주장했고 인스브루크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고 반박했습니다.


산행 중 발생한 사망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최근 몇 년간 산행과 등반 활동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적절한 준비나 장비 없이 난이도와 위험을 과소평가한 채 힘든 산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덜 극단적인 상황이라도 익숙하지 않은 장소나 객관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곳에 혼자 남겨지는 일은 큰 스트레스와 공포, 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식량, 휴대전화 신호, 필요한 장비가 없으면 더욱 위험합니다.


한편, 험한 산길이나 암벽 등반 중 홀로 남겨진 여성들의 경험에 따르면, 이런 버려짐은 동반자가 지속적으로 그들을 깎아내리던 행동의 정점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신체적 또는 정서적 학대의 첫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Climbing 편집장을 8년간 지낸 줄리 엘리슨은 이런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의 행동을 일반화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다만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때로는 남성적 자존심이 개입해 여성에게 불리한 불균형한 권력 관계를 만들고 그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악의가 없더라도 서로 다른 속도에 대한 짜증이나 상대방의 필요를 무시하는 것만으로도 뒤에 남겨두는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상대가 위험에 처하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다른 예로 ‘그리즐리 맨’의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오스트리아 커플 사례처럼 문제는 더욱 미묘합니다. 그럼에도 이 현상을 둘러싼 논의는 전문 사이트와 잡지들로 하여금 산행 준비와 관리 방법, 그리고 자신이 이런 상황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대처법에 관한 조언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출발점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대안을 찾는 데 있습니다.


고산 산행을 처음 계획한다면 위험이 큰 겨울철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항상 자신의 능력에 맞게 계획하고 적절한 장비를 갖추며, 응급 상황 시 대처법을 숙지해야 합니다. 또한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올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어야 합니다. 악천후나 기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등반 동료와 떨어지는 일은 예외적이고 위험한 상황이어야 하며, 오스트리아 커플 사례에서는 다음 날까지 기다리는 편이 더 신중했을 것입니다.


특히 동행자가 숙련되지 않은 경우 그의 의견만 믿지 말고 다른 신뢰할 만한 경로로도 정보를 확인해야 하며, 계속 가자는 압박에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혼자 남겨질 가능성이 현실적이라면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고 문제를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이익임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정말 혼자 남게 된다면 안전한 장소를 찾고 가능한 한 빨리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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