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산악계 소식

이탈리아에서의 눈사태 안전과 대응, 구조 장비

작성자 정보

  • 국제교류위원회 작성 24 조회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0 댓글

본문

이탈리아에서의 눈사태 안전과 대응, 구조 장비 

                       

글 김혜경 (국제교류위원, 이탈리아산악회 브레시아 지부 회원)


이탈리아에서는 아직 동계 올림픽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산악 지역에서는 눈사태와 구조 활동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봄이 가까워질수록 눈의 상태가 불안정해져 산악 안전에 대한 관심과 대비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 글은 이탈리아 알파인 클럽(CAI, Club Alpino Italiano)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배우게 된 눈사태 안전 장비의 사용법과 구조 활동에 대한 기본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브레시아의 CAI 멤버로 겨울 산행 안전 규정 강화…스노슈 이용자도 ARTVA·삽·프로브 휴대 의무


이탈리아에서 겨울 산악 활동의 안전 규정이 최근 한층 강화되었다.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2021년 2월 28일 제40호 입법령에 따라 스키 투어링이나 오프피스트 스키뿐 아니라 스노슈를 이용한 겨울 산행에서도 ARTVA(눈사태 탐색 장치), 삽, 프로브를 휴대해야 할 의무가 적용되고 있다.


이 법령은 겨울 스포츠 안전 규정을 전반적으로 개정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약 20페이지 분량의 문서 가운데 특히 제26조 2항이 산악 활동가들 사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조항은 “스키 투어링, 오프피스트 스키 또는 눈 덮인 특정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트레킹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스노슈를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해 눈과 기상 조건상 눈사태 위험이 존재할 때 적절한 구조 활동을 위해 전자식 탐색 장치와 삽, 눈 탐침을 휴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규정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미 2003년 제363호 법률에서도 스키 투어링 활동 시 전자식 구조 장비 휴대를 요구하고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적용 대상이 스키 투어러에 한정되었고 ‘명백한 눈사태 위험’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새로운 법령은 적용 범위를 확대해 사실상 눈 덮인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산악 활동에 눈사태 안전 장비를 요구하게 된 셈이다.


같은 규정 강화의 배경에는 최근 알프스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눈사태 사고가 있다.


2026년 겨울 북이탈리아 알프스에서는 폭설과 강풍으로 눈층이 불안정해지면서 연이어 눈사태 사고가 발생했다.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와 롬바르디아 지역에서는 오프피스트 스키어들이 눈사태에 휩쓸려 3명이 사망했으며, 아오스타 계곡의 코르마유르 인근에서도 눈사태로 2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시기 남티롤(South Tyrol) Solda 지역에서는 표시된 슬로프를 벗어나 스키를 타던 핀란드 관광객 2명이 눈사태에 매몰돼 사망했다. 또 아오스타 밸리의 Pila 인근에서는 산악 활동 중 눈사태가 발생해 1명이 사망했으며, 피에몬테 Maira Valley에서도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보고됐다.


앞선 2025년 11월에는 남티롤 Ortler 산군의 Cima Vertana에서 독일 등반가 그룹이 눈사태에 휩쓸려 5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도 발생했다.


국제 구조 기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초 단 일주일 사이 이탈리아 산악 지역에서 13명이 사망했고, 그중 10명이 눈사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오프피스트 스키, 스키 투어링, 빙벽 등반, 백컨트리 산행 등 관리되지 않는 산악 환경에서 활동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알파인 구조대는 눈사태 사고의 상당수가 산행자 본인이 눈층을 자극해 발생하는 경우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폭설 이후 강풍이 불면 눈층 사이에 약한 층이 형성돼 작은 충격에도 눈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규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단순한 숲길 산책이나 완만한 트레킹 코스에서도 장비를 갖춰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눈사태 예보 지수 가운데 어느 수준부터 위험으로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산악 전문가들은 핵심이 법의 해석이나 처벌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행자의 기본적인 안전 의식에 있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자동차를 운전할 때 속도가 낮거나 위험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처럼, 겨울 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스키 투어러든 스노슈 이용자든 자기 구조 장비를 갖추는 것이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라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부담도 있다. ARTVA와 삽, 프로브 세트를 구매하려면 보통 280~300유로 이상이 필요하며, 장비를 수납하기 위한 전용 공간이 있는 배낭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장비를 단순히 소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CAI(이탈리아 알파인 클럽)나 산악 가이드가 진행하는 교육을 통해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많은 산행자들이 이미 등산화나 고어텍스 재킷, 카본 스틱 등 장비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법적 의무 여부와 관계없이 ARTVA·삽·프로브를 갖추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 상식이라는 것이다.


알파인 가이드 지망생 시모네 그레치(Simone Greci)는 “장비 휴대는 자신뿐 아니라 함께 산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며 “눈사태는 눈의 양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비를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라며 “사고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 훈련이 몸에 배어 있을수록 구조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2018년 눈사태 사고로 매몰됐다가 구조된 경험이 있는 로베르토 ‘버니’ 페리노(Roberto ‘Bunny’ Ferrino) 역시 장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RTVA 덕분에 구조대가 나를 찾아낼 수 있었고, 그것이 내 생명을 구했다”며 스키나 부츠, 배낭처럼 반드시 준비해야 할 장비라고 말했다.


페리노는 또 “혼자 산행을 하기 때문에 장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 역시 당시 혼자였다”며 “가능하다면 동행과 함께 산행을 하고, 눈 상태를 판단해 위험할 경우 과감히 되돌아오는 결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노슈 이용자에게 장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명하다.


그레치는 “눈사태는 누구도 가리지 않는다”며 “오히려 스노슈는 이동 속도가 느리고 체중 분산이 덜 되기 때문에 눈층에 더 큰 하중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리노 역시 “스키보다 스노슈 활동에서 눈사태를 피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장비 휴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비 선택과 관련해 그레치는 “현재 판매되는 ARTVA 장비는 모두 인증을 받은 제품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고급 모델로는 Mammut Barryvox가 있으며, 기본형으로는 Ortovox ZOOM+가 널리 알려져 있다. Ortovox나 PIEPS 같은 브랜드에서는 ARTVA, 삽, 프로브를 세트로 판매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다만 중고 장비를 구매할 경우 오래된 아날로그 장비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정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겨울 산악 활동의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눈사태 사고를 목격했을 때 즉각적인 구조 활동이 가능해지고, 만약 자신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에도 주변 사람들이 구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산악 활동은 개인의 도전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적 책임을 동반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누구나 산에 접근할 때는 자연 환경이 가진 위험성을 인식해야 하며, 단순히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준비와 태도를 갖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산에서는 언제든지 자기 자신이 구조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를 구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알파인 정신(Alpine spirit)이야말로 겨울 산악 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산행 활동의 기본적인 가치다.

이번 이탈리아산악회 브레시아 지부의 교육을 통해 눈사태 구조 장비의 기본적인 사용법과 산악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과 정보가 이탈리아 또는 알프스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무엇보다도 안전한 산행 문화가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