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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산악기록단체, “8천 미터 14좌 완등자는 전 세계 세 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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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교류위원회 작성 1,52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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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완등자는 없어" 


독일의 산악기록가 에버하르트 주르갈스키를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이 그동안 8천 미터 14좌를 모두 완등한 사람은 일단 세 명뿐이라고 발표해 큰 논란이 일었다. 현재까지 8천 미터 14좌를 완등했다고 공표한 사람은 52명이다. 


주르갈스키는 자신이 운영하는 고산등반 기록 웹사이트 8,000ers.com을 통해 10여 년간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역대 등정 진위여부를 망라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큰 쟁점은 안나푸르나1, 다울라기리1, 마나슬루다. 


안나푸르나1은 정상이 능선으로 형성돼 있고 돌출부는 여러 곳이다. 이중 정점은 오차 범위 1m 이내 두 곳이고, 이외 255m에 걸쳐 총 7곳의 돌출부가 있는데 많은 등반가가 정점 두 곳이 아닌 다른 곳까지만 오르고 내려왔다고 한다. 


다울라기리1은 역시 정상 앞뒤로 각각 60m와 140m 떨어진 곳의 돌출부까지만 오르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마나슬루는 정상으로부터 35~50m 못미쳐 바위에 가로막히고 능선 방향이 바뀌는데, 여기서 날카로운 칼날능선으로 등반이 갑자기 무척 어려워진다. 그동안 2천3백여 건의 등정보고가 이곳을 오르지 않고 끝마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 진짜 정점을 오르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단순한 착오 즉 올라선 곳이 가장 높은 곳인 줄 알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정확한 정점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축적됐다. 


더 높은 곳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허용되는 오차 범위 안에 있다고 여겼던 경우도 많다. 등정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거짓을 말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니르말 푸르자는 마나슬루와 다울라기리에서 진짜 정점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등이라고 주장했고, 이듬해 다시 찾아 진짜 정점을 올랐다고 한다.


14좌 진짜 정상을 모두 오른 사람은 3명 뿐이라고 했다. 에드먼드 비에스터스(미국, 2005년), 베이카 구스타프손(핀란드, 2009년, 무산소), 니르말 푸르자(네팔, 2021년, 최단기간, 2년 5개월 15일)다. 


‘살아있는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를 포함, 예지 쿠쿠츠카(폴란드) 등등 모두 1~2개 실제 정상에 못 올랐다고 한다. 메스너는 안나푸르나에서 실제 정점보다 5m 아래 있는 다른 봉우리에 오르는 데 그쳤다. 


주르갈스키는 “8천 미터 등반의 역사는 완전히 다시 씌어져야 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고의든 과실이든 맞는 게 맞는 것이고 틀린 건 틀린 것이다.”고 했다. 


이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며, 세계 산악계에서 정보를 제공하여 내용을 수정하는 데 도움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아직 생존해 있고 등반을 계속할 여력이 된다면 다시 시도해 진짜 정점을 오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권했다. 52명 중 사망자는 6명이다. 한편 주르갈스키는 “대부분이 명성에 금이 갈까봐 이런 지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접한 산악 기록 단체 <히말라야데이터베이스>는 주르갈스키 연구진의 이같은 노력을 치하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기록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많은 산악인들이 이에 가지각색으로 대답했다. 일단 주르갈스키의 “정상은 논의의 여지가 없는, 지리적으로 산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정의에는 다들 공감을 표했다. 


이탈리아 여성 등반가 니베스 메로이는 자신이 마나슬루 정점에 오르지 못했다는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서커스처럼 변해 버린 그곳에 다시 갈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사람이 적은] 동계에 가기에는 너무 비싸다.”고 했다. <익스플로러스웹>의 편집인 안젤라 베나비데스는 메스너, 쿠쿠츠카 시대와 요즘의 정상수집형 등반가와 일방적인 비교는 안된다면서 시대별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인으로 14좌 완등을 공표한 이는 8명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따르면 이중 실제 완등자는 한 명도 없었다. 


엄홍길(2000년 완등 주장)은 마칼루, 마나슬루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에서는 사진 등 정상등정의 증거 부족으로 10개 봉 등정이라고 한다. 


박영석(2001년 완등 주장, 2011년 작고)은 다울라기리, 마나슬루가 미등정, 안나푸르나가 증거 부족으로 11개 등정으로 표기됐다. 


한왕용(2003년 완등 주장)은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미등정으로 11개 등정, 오은선(2010년 완등 주장)은 칸첸중가,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미등정으로 11개 등정, 김재수(2011년 완등 주장)는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미등정에 다울라기리 증거 부족으로 11개 등정, 김창호(2013년 완등 주장, 2018년 작고)는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미등정으로 11개 등정, 김미곤(2018년 완등 주장)은 마칼루, 마나슬루 미등정, 다울라기리 증거 부족으로 11개 등정, 김홍빈(2021년 완등 주장, 2021년 작고)은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미등정, 다울라기리 증거 부족으로 11개 등정 등이다. 


이외 그동안 12개 혹은 13개를 올랐다고 발표한 인물도 언급됐는데, 이중에는 서성호(12개 봉 등정 주장, 2013년 작고)가 있으나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미등정으로 총 9개만 오른 것으로 인정됐다.


또한 주르갈스키 연구진은 국가별 14좌 등정 여부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마나슬루 등정자가 한 명도 없어 13좌 완등국으로 표기됐다. 14좌를 모두 완등한 국가는 11개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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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가을 마나슬루 정상부의 드론 사진. 정점에 접근하기 위해 아래 우측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많은 등반가들이 사진 중앙 부분까지만 오르고 내려갔다. 사진 잭슨 그로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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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정상부. 최고점은 C2와 C3로 고도가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등반가가 붉은 막대로 표시된 다른 지점들에서 정상 사진을 촬영하고 내려갔다. 사진 호아오 가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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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울라기리 정상부. 정상은 S이지만, 많은 등반가가 예전에는 P 지점을, 근래에는 WRF 지점을 정상으로 오인하고 돌아섰다. 사진 보얀 페트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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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ers.com의 운영자 에버하르트 주르갈스키(좌)와 연구진 중 한 명인 로돌프 포피에(우). 사진 로돌프 포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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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 미터 14좌의 최초 완등자로 기록되게 된 에드먼드 비에스터스. 사진 에드먼드 비에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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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ers.com에서 발표한 8천 미터 14좌 완등 주장자들의 실제 등정 여부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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