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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기억을 지키는 일은 시간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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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기억을 지키는 일은 시간과의 싸움: 바이스제 슈피체 사례


글/ 김혜경 대한산악연맹 국제교류위원, 이탈리아 산악연맹(CAI Brescia) 회원


3월 21일은 ‘빙하의 날’로, 이 날은 2022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지정되었다. 이후 매년 3월 21일을 기념일로 선포하였으며, 첫 공식 기념식은 작년 2025년 3월 21일에 진행되었다.

같은 날, 이탈리아 북부 볼차노(Bolzano) 인근 산악 지역에서 대형 눈사태가 발생했다. 사고 지점은 오스트리아 국경과 인접한 볼차노 라칭스(Ratschings) 인근 해발 2,400m 지점(Hohe Ferse/Monte Tallone Grande)이다. 이번 눈사태로 스키어 2명이 사망했고, 다수의 스키어가 눈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2026년 초부터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 이례적인 기습 폭설과 강풍이 이어지면서 눈사태 위험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2026년 2월경부터 코르티나 담페초 인근 돌로미티 산맥 등 2026 동계 올림픽 개최 지역 근처에서 연이어 눈사태가 발생해 1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위험이 지속적으로 경고되어 왔다.


바이스제 슈피체는 외츠탈 알프스(Ötztal Alps)에 위치한 산으로, 오스트리아 티롤(Tyrol)과 이탈리아 남티롤(South Tyrol) 국경선 위에 있다. 즉, 외츠탈 지역의 고산 지대이자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경계에 자리한 약 3,526m 높이의 봉우리이다.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국경에 위치한 바이스제슈피체(Weißseespitze, Cima del Lago Bianco)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으며, 그 안에 저장된 수천 년간의 기후 기록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부제에서는 베노스타 알프스(Alpi Venoste)에서 단 6년 만에 거의 5m 두께의 얼음 기록층이 사라졌다고 전한다.

3월 21일 세계 빙하의 날을 맞아, 극지방까지 가지 않아도 가까운 알프스만 봐도 빙하 세계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연구는 카포스카리 베네치아대학과 이탈리아 CNR 극지과학연구소, 오스트리아·독일 연구기관들의 협업 결과이며, 해발 4,000m 이하 알프스 빙하들이 너무 빠르게 녹아 기후 데이터를 회수할 시간조차 부족해지고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연구 대상은 해발 3,499m 바이스제슈피체 정상부 얼음 덮개이다.


연구팀은 2019년 정상부에서 약 10m 깊이의 빙핵(ice core)을 채취하여, 아래 기반암에 닿을 때까지 시료를 뽑았다. 이 얼음층은 두껍지 않지만, 바닥 쪽 얼음이 약 6,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후 기록을 담고 있어 기후학적으로 매우 귀중하다. 연구 제1저자 아추라 스파녜시(Azzurra Spagnesi)는 이 빙하 기록이 마치 “역사책”처럼 과거 대기 상태와 환경 변화를 층층이 저장한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분석을 통해 기원전 349년까지의 기후·환경 사건을 복원했으며, 이를 위해 얼음층은 먼저 아르곤-39 동위원소 연대측정을 거쳤고, 이후 18종 금속 원소, 레보글루코산(목재 연소 흔적), 미세 탄소, 카복실산·디카복실산 같은 바이오마커를 조사했다. 쉽게 말해, 얼음 속 화학 성분을 분석해 과거 공기 상태와 인간 활동 흔적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 결과, 기사에 따르면 700년~1200년경에는 금속 농도가 매우 낮아 환경이 대체로 오염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50년 이후 중세 시기부터 비소, 납, 구리, 은 농도가 급증했는데, 이는 알프스 지역에서 광산 채굴과 제련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또한 902년~1280년 사이에는 연기 오염이 뚜렷하게 증가한 시기가 확인되었는데, 이는 중세 기후 이상기(Medieval Climate Anomaly) 동안 가뭄으로 산불이 잦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동시에 농업·목축 확장이나 지역 분쟁 등 인간 활동도 불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대비점은 과거에도 인간 활동과 광업, 때로는 화산 분출이 오염 흔적을 남기긴 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사건에 가까웠고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자연 배경 위에 나타난 예외적 피크였다는 점이다. 반면 오늘날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 자체가 상시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즉, 과거에는 사건이 자연의 균형을 잠시 흔들었지만, 지금은 그 균형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메시지이다.


마지막 핵심은 2025년, 기억의 비극적 상실이다. 2019년에 약 10m 길이였던 빙핵과 달리, 2025년 같은 시추 지점을 다시 확인했을 때 얼음 두께는 5.5m밖에 남지 않았다. 단 6년 만에 거의 절반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산업화 시대에 해당하는 최근 층위들이 이미 유실된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근현대 환경 변화 기록이 가장 먼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찾는 빙하지형의 눈과 얼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지형 변형과 자연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외츠탈(Ötztal) 지역 빙하는 몇십 년 안에 사라질 수 있고, 2030년까지 30%가 이미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언급됐다.

이는 바이스제 슈피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탈리아 국경을 따라 펼쳐진 알프스 전역의 빙하들도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잃는 것은 단지 물 저장고뿐만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쌓인 지구 기후의 기억이다. 기사를 읽으며 느낀 점은, 빙하는 오래전부터 한 장씩 쌓여 온 아직 다 읽지 못한 역사책과 같은 존재인데, 그 책장이 분석되기도 전에 찢겨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알프스 지역의 아름다운 산과 풍경을 지키는 자연환경 보호를 넘어, 빙하를 지키는 일은 취약한 지구의 기후 기억을 보존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빙하 보전은 단순한 자연경관 보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빙하가 사라진다는 것은 얼음이 녹는 사건을 넘어 지구의 기후 기억이 사라지는 일이다.

결국 알프스의 빙하를 지키는 일은, 가장 취약한 형태로 남아 있는 지구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과 같다. 빙하의 후퇴를 지켜보는 일은 곧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자각하는 일이며, 그 기억을 보존하는 일이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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