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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산악빙하 기고문] 마르몰라다에서 아다멜로까지 – 산을 다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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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몰라다에서 아다멜로까지 – 산을 다시 생각하다”

Dalla Marmolada all’Adamello – RIPENSARE LA MONTAGNA 

2024년 ADAMELLO 136호 100~103쪽


카르미데 트레코치(Carmine Treccoci, 이탈리아 산악회 브레시아 지부 Cai di Brescia)

번역: 김혜경 (대한산악연맹 국제교류위원)


다음 글은 이탈리아산악회 브레시아 지부에서 발간하는 회보 <아다멜로(Adamello)> 136호(2024년)에 실린 “마르몰라다에서 아다멜로까지 – 산을 다시 생각하다(Dalla Marmolada all’Adamello – RIPENSARE LA MONTAGNA)"라는 글의 전문 번역이다. 이 글은"지속가능한개발을 위한 대학연합"(RUS)의 회장인 카르미네 트레크로치(Carmine Trecroci) 브레시아 대학 경제학 박사가 기고했다. 이탈리아 돌로미테의 마르몰라다와 아다멜로 빙하를 사례로 들어, 기후변화와 대규모 관광·스키 산업이 빙하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고발하고,  앞으로는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산악환경의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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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멜로 빙하의 1891년과 2020년 사진 비교.


플라스틱과 금속 쓰레기,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스터 조각, 중장비가 지나간 흔적, 리프트와 스키 슬로프를 위한 폐기물이 쌓인 성토. 이것이 마르몰라다 빙하의 세라우타 구역에 도착한 등산객이 맞닥뜨리는 광경이다. 이 상징적인 산의 현재 모습은, 비범하고, 감동적이면서도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겨 준다.  고산 스키와 고급 아페리티보의 형광빛 색채만 남은 채, 마치 골재 채석장 같은 풍경이다. 결코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모습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수집한 기후 분석의 주요 결과는 알프스 지역이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여름철과 겨울철 기온 상승이 더욱 두드러지고, 특히 알프스 남쪽의 중간·고지대는 “증폭된” 온난화를 겪을 수 있다. 또한 강수량의 계절적 변화가 예상되며, 강수 강도는 늘어나지만 여름철 비 오는 날의 빈도는 줄어들 것이다. 겨울에는 오히려 온도 상승과 강수량 변화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이 모든 지표 속에서 적설량은 점점 줄어들며, 아주 높은 고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감소할 것이다.


오늘날 이탈리아 스키장의 90% 이상이 인공 눈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물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더 많은 저수지 건설을 수반해 토양과 경관을 훼손한다. Legambiente의 Nevediversa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93개의 스키장이 있는데, 알프스에 208곳, 아펜니노 산맥에 85곳이 있다. 빙하 보호를 위해 덮는 **지오텍스타일(geotessili)**은 폴리프로필렌 섬유로 만들어져 있다. 수백 마이크론 크기의 같은 재질의 미세섬유들이 빙하 융해수 샘플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는 연구팀이 덮개와 그 찢어진 조각들과 직접 접촉한 빙하수에서 확인한 것이다. 아직 초기 탐색적 조사에 불과하지만, 이 덮개들이 2차 미세플라스틱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합리적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대규모 관광은 특히 추운 지역, 높은 고도에서 인간의 영향을 심화시킨다. 최근 돌로미티 지역 연구에 따르면, 몇몇 산장과 스키 인프라가 오염 확산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특히 플라스틱 물질로 인한 오염이 문제로 드러났다. 따라서 스키 관광 개발은 자연, 역사·건축 유산과 조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결과는 훨씬 더 질 높은 아웃도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지속가능발전대학네트워크(RUS)**는 제6회 Climbing for Climate 행사에서 마르몰라다 빙하 위에 모여, 단순 경고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제안을 해본다. 무엇보다 우선, 신속한 정책 실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더욱 엄격한 탄소가격제도를 도입하여 주요 산업의 생태 발자국을 크게 줄이고, 직접·간접 화석연료 보조금을 과감히 삭감하며, 생태적으로 해로운 지원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또한, 생태계와 그 서비스 보전을 위해 더 구체적인 재정적·법적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


올해 Climbing for Climate는 “마르몰라다 선언”을 제안했다. 이는 RUS와 여러 단체들이 제시한 내용과 연결되며, 1998년 Mountain Wilderness와 2007년 트렌토 MUSE가 이미 촉구했던 마르몰라다의 ‘산 연구실(laboratorio-montagna)’ 개념을 이어간다.즉, 마르몰라다를 기후변화 적응과 지속가능한 고산 이용의 실험장으로 삼자는 것이다.


이는 행정가, 경제인뿐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보내는 호소로, 지질학적·빙하학적 가치, 등산과 관광, 과학 연구의 융합을 통해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고산지역의 새로운 이용 방식을 모색하자는 뜻이다.


빙하의 ‘고통 단계’를 관리하려면, 결국 조율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점진적이고 시기적절한 적응과 전환 과정을 추진해야 한다. 즉, 높은 산과 빙하는 더 이상 대량 관광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대안적 이용의 관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이는 곧, 대규모 구조물 건설과 무분별한 자원 착취를 포기하고, 인공 눈·지오텍스타일 덮개 같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의 산악관광은 가볍고 책임감 있는 접근, 지역 공동체에 분산된 환대, 그리고 자연 및 문화유산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풀뿌리 차원의 참여, 사회적 결속, 지방정부의 선견지명 있는 지원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올해 우리가 마르몰라다에서 경험한 과정은 고무적이었다. 이제는 지역사회 전체가 이 도전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인식을 갖고, 신뢰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맞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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