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루트 개척이냐 변형루트냐’ 논쟁 .. 46년 전과 기후변화로 확 달라진 페루의 피스코 남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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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교류위원회 작성 17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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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고산의 빙벽 상태가 많이 달라진 오늘날, 과거에 올랐던 것과 비슷한 구간을 오르면서 전혀 다른 벽 상태를 만나면 초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 페루 안데스에서 신루트 개척 진위 논쟁이 주목된다. 지난 6월 말, 스페인 2인조 에네코 포우, 이케르 포우 형제와 페루 등반가 미체르 퀴토가 함께 코르디예라 블랑카 산군의 유명한 산인 피스코(5,780m) 남벽에서 신루트를 개척했다고 밝혔다. 4,680m 산장에서 출발해 2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등반해 정상에 섰다고 한다. M6급의 고난도 루트였다. 이들은 하산 직후 스마트폰에 있던 사진에 손으로 등반라인을 그려 넣어서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리고 언론이 이를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뒤, 프랑스의 헤르베 티비어지가 그 루트는 자신이 1978년 5월 9~10일에 프랑스 동료 3명과 함께 올랐다며 댓글을 달았다. 포우 형제는 티비어지 일행의 등반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는 했지만, 티비어지가 공개한 등반루트 개념도와 자신들이 오른 루트는 다른 루트라면서 신루트가 맞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티비어지는 “물론 1978년의 벽 상태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면서도 “그 루트는 여전히 거기 있다”고 단언했다. 포우 형제 팀의 루트는 하단부와 정상부만 직등 라인을 택했을 뿐, 나머지는 겹치는 ‘변형’ 루트라는 것이다.
반대로 포우 형제의 주장은, 티비어지 팀은 루트 중상부에서 좌측 설벽 능선을 따라 올랐고, 자신들은 그 능선을 피해 작은 골짜기로 올랐다는 것이다. 그 거대한 벽에서 루트는 여러 개라도 더 나올 수 있다고도 말했다. 게다가 46년 전과 지금은 상태가 많이 달라, 현재는 눈이 무척 적어 암벽 구간도 많았다고 했다. 포우 형제는 이 논란이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는 반박하지 않겠다고 했다.
티비어지는 “초등을 했다고 생각하는 포우 형제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전에 등반된 루트를 오르고서 초등했다고 여기는 게 이게 처음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포우 형제가 인스타그램으로 협찬사들의 구미를 맞춰줘야 해서 초등이라고 억지 주장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1978년 프랑스 루트(좌)와 2024년 스페인-페루 루트(우). 사진 헤르베 티비어지, 포우 형제.
1978년 등반 당시 많은 적설량으로 형성된 세락(빙탑)과 고드름. 사진 헤르베 티비어지.
적설량이 크게 줄어든 2024년 등반 당시의 모습. 사진 포우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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